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 제인오스틴
출판사: 위즈덤 하우스
두 번째, 다른 번역으로 읽은 “오만과 편견”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상당히 달랐다. 첫 번째 책을 읽었을 때는 삽화도 있었기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감정은 안타깝게도 지루함이었다. 나는 책이 흘러가는 게 상당히 재미가 없었다. 그런 마지막 기억이 있는 나로서 다시 읽고 싶은 책은 아니었으나 특별한 활동으로 인해 어쩌다 보니 다시 읽게 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때는 “다아시”와 “리지”의 관계가 상당히 뻔하다고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뻔한 걸로 치면 2번째 읽는 게 더욱 그럴텐데 전혀 그러지 않았고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었다. 내가 말한 활동이라는 건 책 동아리를 홈스테이 할머니와 그 분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는데, 여기서 제인오스틴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활동이다. 그러다 새로운 생각을 접하게 되었는데, 샬롯의 결혼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리지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샬롯이 자신의 행복이 아닌 금전적인 부분을 위해 한 결혼은 어리석은 결혼이라는 게 리지 입장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 샬롯의 가정을 제외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책에서 표현되었다. 책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피시는 걸 보고 샬롯과 비슷한 상황을 겪은 분인가 싶었다. 대개 이야기를 진행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 내용과 생각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보이는 건 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 불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따로 여쭈어 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그분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입장을 생각하기 훨씬 수월했다. 일리가 있다는 입장을 가질 수 있었다. 언뜻보니 아무리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더라도 본인이 만족한다면? 이렇게 말하면 너무 냉정해 보일까. 하지만 나는 이게 맞는 생각이라고 믿는다. 어떻게 모든 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것도 나 스스로가 가장 중요한 일인 결혼에서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에 대해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는 본인 밖에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리지”처럼 “샬롯”에게 그러한 이유로 실망하는 건 어쩌면 그리 옳지는 못할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리지” 역시 비난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일단 “샬롯”과 같은 이유가 하나 존재하며 객관적이지는 못하지만 나라도 그럴 것 같기 때문이다. 그녀는 “샬롯”과 생각과 감정을 공유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다 보니 어쩌다 보니 올 수밖에 없는 실망감이 정말 클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은 이전에는 해본 적이 없다 보니 머릿속이 꽤 복잡 해졌다. 그리고 이 흥미로운 의견이 사회에서 분명하게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동시에 들었다.
저자가 원하는 포지션은 리지와 제인은 분별력이 있고 미모도 상당하지만 나머지 동생들은 그것보다는 더 하진 못한다. 처음에는 책이 펼치는 내용을 그래도 따라갈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에 읽을 때는 상당히 “리지”와 “다아시”씨의 관계에 더 몰입할 수 있어서 였을까 더욱 감정선이 잘 느껴졌고 둘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그리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다아시”의 오만함과 “리지”의 편견이 맞부딪치는 상황도 보았고 남자는 이런 적이 처음이여서 그런 건가 생각도 들었을 정도로 신기하게 여자에게 빠졌다. 솔직히 “리지”의 입장이 대부분이어서 그녀의 생각과 행동을 받아들이기는 훨씬 쉬웠다. 하지만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책에서 제공한 내용만으로 그의 행동을 이해해야 해서 어느 부분, 특히 갑자기 “리지”가 그의 눈에 띈 그 감정만이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그 전에 읽을 때는 남자가 갑자기 마지막 즈음에 여자에게 고백을 하는데 그 부분도 머리로는 받아들일 수 있었으나 마음으로는 조금 찜찜함이 없지 않아 남아있었다. 그래서 그때는 더욱 픽션의 느낌, 미소년 소설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이게 저자가 의도한 길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들 모두의 기준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 이 의견을 계속 머리속에 넣어 놓는 건 정답 없이 계속 머무르면서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책을 통해 해야 하는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 기준을 잘 모르겠다. 세상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인 기준이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그걸 이해하기가 어렵다. 다들 비슷하게 느끼는 부분이 한 가지씩 존재한다고들 하는데 정말 모르겠다. 나는 “다아시”씨가 오만하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책에서 말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게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리고 이쪽 문화가 다르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왜 다들 조용하게 있지 못하는 걸까 싶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서로 얘기를 주고 받는 게 예의라고,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여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만나본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랬고, 책에서도 (저자는 영국사람이고 배경도 영국이기 때문에) “리지”가 그런 “다아시”의 모습을 보고 오만하다고 편견을 가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이유가 궁금했다. 내가 조심스럽게 추측하는 건 그들이 상당히 독립적이지만 어찌되었든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이런 형식으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스몰 토크(small talk)도 이런 특징 때문에 생기지 않았나 생각했다. 나는 그래도 어떤 부분이 오만한지는 잘 몰랐지만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깨달은 부분이지만 나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일단 나는 감정을 말로 정의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가끔 어려운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걸 정의해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아무래도 어떤 것을 보고 하는 생각에 있어서 공감을 잘 받지 못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주관적인 감정보다도 객관적으로 감정을 파악한다는 게 나에게는 더 와 닿았다. 그러면 나 같은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정말 기본적인 감정들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가 이기적이고 감정이 약간 메말랐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나는 나를 희생하면서 배려한 적도 많았고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적도 많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때 나는 남들의 기준에서 객관적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기준 자체가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객관적이 될 수 있을까 싶다. 오만도 그 시대 상황이나 개인이 느끼는 것에 따라 다를 텐데 이 역시 어떻게 오만하다 바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정말 알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편견이 만들어 내는 상황은 볼 수 있었다.
다들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가질까. 전체적인 느낌이 궁금하다. 처음에는 이 책을 읽고 무엇인가를 깨닫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계속 생각해보면 내가 무엇을 깨달은 건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해 내 의견은 무엇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또 이렇게 생각하니 저자가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지도 상당히 궁금하다. 최근 들어 이런 소설들을 읽으면 상당히 힘든 게 읽을 당시에는 너무나 재미있는데, 읽고 난 후에 계속 곱씹어 생각하면 머릿속이 매우 복잡 해진다. 약간 근간을 잃는 느낌이었다.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한 게 잘못이었을까?